🫧 👐 두 손, 너에게 - "시원한 바람으로 여름 보내셔🍃"

눈물 많은 1인 어제 아침부터 눈물 한 바가지 쏟아냈다.
 
아침 10시 아빠에게 전화가 울려 받았더니, 바쁘냐 물어봤다. 공부하는데 방해되면 끊겠다고.
나는 이미 나와서 받고 있으니 괜찮다고 했다.
가정용 선풍기 하나 주문해서 보내달라 했다. 아빠는 인터넷 주문을 할 줄 몰라서 그렇다.
선풍기가 고장이 난 건지 물어보기도 전에, 아빠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했다.
요새 계속 방에만 계시는데, 거실에 있는 아빠에게 선풍기를 돌려주고 방 안에서 바람이 시원찮은 선풍기를 더 잘 돌아가라고 때리고 계신다 했다. 아빠는 선풍기가 맞는 소리를 듣기 전에는 상태를 몰랐다고 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소비하는 것과 더위를 겁나게 싫어하신다.
그렇지만, 방 안에서 더워지는 후덥지근한 공기를 견딜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할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게 20년 전인데, 오토바이를 타고 나와 동생을 등하교시켜 주셨다.
동생은 앞에, 나는 뒤에 탔다.
 
“꽉 잡아라잉”

할아버지와의 낭만사진

 
어느 더운 여름에 할아버지 등에 기대어 바람을 느끼며 저만치 보이는 이름 모를 나무의 팔랑거리는 나뭇잎을 주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 나의 나이, 옷차림, 날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 걱정 없이 할아버지의 오토바이 뒤에 앉아 세상 모든 것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느껴졌던 안정감이 좋았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기죽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해주셨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니, 돈에 구속받지 말라고.
실은 중학교 때 부진한 성적 때문에 자주 혼나기도 했다. 반전 있게도 대학교에 진학하기 직전에 할아버지는, 시대가 시대니까. 네가 직업을 여러 번 바꿀 수도 있는 세상이니까, 마음 이끄는 데로 가라고 하셨다.
진짜 내 마음이 이끄는 데로 간 건 아니지만, 그 말 한마디가 든든했다.
 
아빠와 전화를 끊고 리모컨 달린 선풍기를 주문했다.
공부한다고 설날 이후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못 뵌 지 거의 반년이 되어간다. 할아버지 생신잔치를 곧 하기 때문에 내려가는데, 좋은 소식을 들고 내려가지 못하는 게 아쉽다.
 
그냥 취업 안 하고 아르바이트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 있고 싶다. 나보다 더 빨리 흘러버리는 두 분의 시간이 너무 야속하다.
 
오늘도 기도한다.
내 몫을 떼어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나누어 주시라고.
아니면 나에게 올 운이 있다면 할아버지 할머니께 돌리고 싶다고 기도했다.
 
나에게 두 손을 내어주신 두 분께 감사하다.

귀여운 할아버지

사랑해요잉💛
 
 
 
 

👇추천곡 : 스웨덴세탁소 - 두 손, 너에게(Feat. 최백호)

https://www.youtube.com/watch?v=Kym6hjTjpvc